제4부 SF 이야기 — 별의 길
먼 은하계의 중심에 별 하나가 있다. 그곳의 생명들은 모두 빛으로 화신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신통이 매우 커서, 불교의 관세음보살처럼 저마다 마음속 생각대로 천수천안을 변화시켜 낼 수 있다. 온 별을 다스리는 왕이 있었는데, 이름은 다보여의왕이었다. 그에게는 대비라는 딸이 있었다. 어느 날 왕이 대비를 보전으로 불러 말했다. “얘야, 엿새 뒤면 부왕의 백만 살 생일이란다. 부왕은 그 생일날 왕위를 너에게 물려주려 한다.” 대비는 그 말을 듣고 난색을 띠며 망설이다가 아버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보왕이 놀라서 물었다. “대비야, 무슨 어려운 일이라도 있느냐?”
대비가 부왕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아버지께서 내리신 결정을 딸은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딸을 어렵게 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아버지께서 열흘 전에 A 행성으로 보내신 구조대가 이 며칠 사이 자주 소식을 보내 왔습니다. A 행성의 환경이 더 이상 그들이 살아남기에 적합하지 않아 돌아오기를 바라는데, 그들 가운데는 이제 집으로 가는 길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부왕께서 길잡이를 보내 그들을 맞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보왕은 듣고 나서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말했다. “A행성의 독기가 날로 심해질 줄이야. 아이야, 지난번에 파견한 구조대 가운데 다력, 다지 두 분처럼 이렇게 유능한 강한 장수들조차 A행성의 독기를 막아 내지 못하고 방향을 잃었으니, 그들을 맞이하러 또 누구를 보내야 한단 말이냐?”
“부왕, 딸은 이백 년 전에 A행성에 다녀온 적이 있어서 그 별길을 아직 비교적 잘 알고 있습니다. 딸은 즉위하기 전에 그들을 맞이하여 데리고 돌아오기를 원합니다.” 다보왕은 듣고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딸아, 지금 그 행성의 환경은 이백여 년 전과는 다르다. 나도 요 며칠 줄곧 그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너에게는 단 엿새의 시간밖에 없는데, 입구에서 운하를 건너는 동안 사흘은 혼절해 있을 테니, 말하자면 구조대를 찾을 시간은 사흘뿐이다. 이 행성은 환경(幻境)이 많고, 게다가 너는 그 행성에 가면 광화신을 잃고 신통도 잃게 된다.” 대비는 간청하며 말했다. “아버지, 딸이 구하러 가지 않으면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길을 잃은 채 지내다가야 나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딸은 자신의 능력을 믿습니다. 사흘이면 충분합니다.”
다보왕은 잠시 깊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좋다, 대비야. 엿새 뒤에는 구조대를 찾을 수 있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반드시 빨리 돌아오너라. 아버지가 이번 길을 돕기 위해 몇 가지 보물을 네게 주겠다.”
다보여의왕은 허공으로 손을 내밀어 반짝이는 빛과 찬란한 색채를 뿜으며 사방으로 광채를 발하는 구슬 하나를 꺼냈다.
“아이야, 이것은 우리 별을 지키는 보물로 마니보주라고 한다. 내가 지금 그것을 네 가슴속에 넣어 두겠다. 그러면 백 가지 독이 몸에 침입해도 너는 지혜를 잃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보왕의 손이 다시 허공으로 뻗자, 우주의 모든 빛을 모을 수 있는 작은 거울이 손안에 나타났다. 거울 면은 어둡고 그윽하여 마치 검은 구멍 같았다. “이것은 천목신경이다. 아이야, 이것을 뒷머리에 두어라. 그러면 구조대원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너는 그들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해독단 한 알이 있으니, 독이 너무 깊이 들었을 때 조금 먹으면 잠시나마 고통을 덜 수 있다.”
대비는 보물을 공손히 받고 아버지께 감사 인사를 드린 뒤 궁에서 물러나 곧바로 우주대관실로 가서 A행성의 기록을 살펴보았다. 우주대관실에는 커다란 구름 화면이 하나 있었다. 대비가 구름 화면을 열고 자세히 검색하자 A행성이 화면 위에 나타났고, 한 목소리가 해설을 시작했다. “A행성은 우주환성이라고도 불리며, 두 종류의 에너지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양에너지, 다른 하나는 음에너지라고 하는데, 양에너지 덩어리 속에는 음에너지가 있고 음에너지 덩어리 속에는 또 양에너지가 있으며, 서로 전환되기 때문에 이곳 생명의 형성은 비교적 복잡합니다. 그들은 남자와 여자로 나뉘며, 성품은 선과 악으로 나뉘는데 선 속에도 악이 있고 악 속에도 선이 있습니다. 생명의 의식은 환경(幻境)에 따라 흔들리고, 생명체는 즐거움과 고통을 겪습니다. 이 행성에는 탐·진·치·만·의라는 다섯 가지 맹독이 있는데, 이 다섯 가지 독은 수많은 환경(幻境)을 만들어 내고 이곳의 생명체를 온갖 환경(幻境) 속에서 길을 잃게 하여 스스로 헤어나올 힘도 없게 만듭니다. 이 독은 이미 이 행성 생명체의 모든 세포와 골수에 침투했습니다. 우리 별에서 파견한 구조대원들도 거의 예외 없이 모두 독에 감염되었고, 이 독이 그들 마음속의 식별기를 부식시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 말이 여기까지 이르렀을 때 큰 화면 아래쪽의 빨간 등 하나가 쉬지 않고 깜빡이자, 해설원은 곧바로 경보를 울렸다. “구조를 요청하는 생명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파견한 구조대원입니다.”
대비가 경보기를 끄자 해설원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곳의 생명체는 중독된 몸에 따라 수명이 각각 다릅니다. 그들은 한 형태의 수명이 끝날 때, 오독이 만들어 낸 환영에 대한 미련이라는 기포 때문에 또 다른 생명 형태로 전환되어 존재하게 됩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윤회하며 중독은 점점 깊어지고 고통과 번뇌는 점점 많아집니다. 이렇게 계속되면 이런 중생들은 독에 취해 차츰 마비되어, 진정한 고통이 무엇이고 진정한 즐거움이 무엇인지, 진정한 선이 무엇이고 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게 됩니다. 많은 생명이 지금은 가장 기본적인 분별 능력조차 잃어버렸고, 이러한 상황은 계속해서 심해지고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화면에는 해설에 맞춰 이 행성의 생명체가 독에 걸려 발작할 때 고통받고 고난을 겪는 모습이 나타났다. 대비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통화기를 향해 말했다. “구조 방법을 설명해 주십시오. 구조대원들이 이 행성에서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십시오.”
구원 방법은 이렇습니다. 우리의 구원은 주로 이 별의 ‘인간’이라는 생명 형태를 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생명 형태의 진리 속에는 ‘아집’이라는 장치가 있는데, 이 장치는 유난히 단단해서 좀처럼 깨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녹일 수 있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공덕수’라고 하고, 다른 하나는 ‘보애’라고 합니다. 이 아집 장치가 한번 녹아내리면, 이 별의 생명체는 몸에 맹독이 깃들어도 고통을 느끼지 않을 뿐 아니라 곧바로 여러 가지 환경(幻境)에서 벗어나 우리 별과 같은 광화신이 됩니다.
「이 두 가지는 어디에서 얻을 수 있습니까?」 대비가 물었다.
안내원이 곧바로 말했다. 「이 두 가지 물질은 모두 이 별에서 생겨납니다. 이 별에서 어떤 사람이 선한 생각 하나를 품거나 선한 일 하나를 하면 공중에 공덕수 한 방울이 맺힙니다. 그리고 이 별에는 만 개의 눈과 만 개의 손을 가진 신인이 있는데, 그는 이렇게 생겨난 공덕수를 보물 그릇에 저장합니다. 이 보물 그릇에 물이 가득 차면 그것은 일종의 신광 보애를 일으켜 그 신광 보애의 물을 이 별 생명체들의 몸에 두루 뿌립니다. 누군가 이 빛과 이 물을 받게 되면 순식간에 아집이 녹아내려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광화체가 됩니다. 그러면 구조대원들은 이 광화체들과 함께 우리의 다보국토로 돌아갑니다.」
「그러면 만수만안신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습니까?」 대비가 물었다.
「그분은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그분은 이 별 동쪽에 있는 자성산이라는 높은 하늘에 머무르는데, 산에 오르는 길이 없고 이 산은 또 늘 안개에 가려져 있습니다. 보물 그릇 속의 공덕수가 가득 차야만 그분이 보애의 신광 속에 나타납니다.」
「우리의 생명 센서로 다력과 다지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까요?」 대비가 물었다. 화면에 수많은 탐색 신호가 나타나더니, 갑자기 이 별의 한쪽 구석에서 붉은 신호 하나가 켜졌다.
「찾았습니다」 안내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이 별에는 탐·진·치·만·의가 빚어내는 다섯 가지 환경(幻境) 외에 또 두 곳의 환경(幻境)이 있습니다. 한 곳은 자성산 아래의 마환경(魔幻境)이고, 다른 한 곳은 자성산 속의 불환경(佛幻境)입니다. 다지는 지금 산속의 불환경(佛幻境) 속에서 미혹되어 있고, 다력은 산 아래의 마환경(魔幻境)에 갇혀 있습니다.”
“그들은 분명 만수만안신인을 찾으러 가다가 이 경계 속에서 길을 잃은 게 틀림없어.”라고 대비는 생각했다.
“좋아, 이 행성의 입구가 어디인지 말해 보게.”
“욕구, 음극과 양극이 만나는 중심에 있네.”
“장차 원래 길로 돌아올 수 있겠는가?”
“안 되네. 출구는 자성산 정봉에 있네.”
“나는 생명 센서를 하나 장착해야겠어.”
잠시 후 한 시자가 초록색 작은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대비는 그것을 가슴에 갖다 대자, 순간 한 줄기 번개가 A 행성을 향해 쏘아졌다.